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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며기 발자국/해산물 이야기

독일에서 법적 혼인상태가 신변에 미치는 영향

갈며기랑 물곡이는 원래 이벤트주의자들이 아니기도 하고, 결혼이고 뭐고 걍 다 귀찮아서 하기 싫은 축에 속한다. 화려한 예식에 대한 로망따윈 미량원소 만큼도 존재하지 않으며 지극히 현실적 갈며기와 물곡이로, 어짜피 깨질 관계라면 굳이 결혼으로 묶어 놓지 않아도 결국 깨지고, 어짜피 잘 될 관계라면 굳이 결혼으로 묶어놓지 않아도 잘 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결혼증서라는 종이 한 장 마련하는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 조차 매우 귀찮았다. 다행히 착한 관청 직원을 만나 며기가 되도않는 독어로 얘기해도 매우 친절히 상대해 주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도중에 때려쳤을 확률이 매우 높다.

 

EU 시민으로 혼인 신고를 진행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비 EU국가 국민이 독일인과 결혼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애로사항은 며기에게는 발생하지 않았다 (물곡이 출생지가 베를린이 아니라서 자기한테 자료가 없다며 물곡 출생 증명서랑 며기 최신 월급 명세서만을 추가로 요구했을 뿐이다). 관청에 가서 서류 제출하고 혼인 신고식이 가능한 가장 빠른 금요일로 걍 날 잡고 (덕분에 아직도 "결혼기념일"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날짜를 기억 몬한다) 급하게 친구들에게 놀러오라고 초대장을 돌렸다. 며기의 독어가 작살나는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착한 관청 직원은 "이 정도 독어수준이면 통역사 없어도 되겠다"라고 해서 통역사 부르는 귀찮은 일도 하나 덜어주었다 (배우자 중 하나가 독어가 안되면 통역사를 불러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일단 며기가 독일에서 첫 혼인 신고를 하였으므로 (영국 home office 웹페이지에서는 따로 영국에서 뭔가 절차를 취하라는 얘기는 없어서 아무런 신고 등을 하지 않은 상태긴 하다. 나중에 대사관이라도 갈 일이 생기면 물어보긴 해야겠다) 혼인관계에 대해서는 독일법을 따르는 것 같다. 따라서 그간 주워들은 풍문/경험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세금 klass의 변화

미혼, 싱글, 무자녀의 경우는 세금 klass 1로 가장 최고 등급의 세율이 적용되었다. 결혼 후에는 세금 klass 3, 4, 5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양쪽 소득이 비슷한 수준의 맞벌이인 경우는 일반적으로 둘 다 klass 4가 된다. 만약 커플 중 한쪽의 수입이 다른 한 쪽의 수입보다 월등히 높다면, 한 명은 Klass 3, 한 명은 Klass 5로 등록하여 약간 세율을 낮출 수 있다. 물론 둘 다 Klass 4로 등록한다고 해도 연말정산때 돌려받긴 한다고 한다. 며기의 경우는 현재 klass 4인데 딱히 klass 1때와 비교해서 세율이 낮아졌다는 체감은 전혀 없다. 기혼 커플에게 세금 혜택이 확 생기는 시점은 역시 혼인 신고 시점이 아니라, 자녀 유무의 순간이라고 한다.

 

2. 연말 정산 방법의 변화/"경제 공동체"

이전에는 "독립된 개인으로서" 연말 정산을 각각 했다면, 혼인 신고 이후에는 커플을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인식하여 연말정산이 이루어진다. 둘 중 하나에게 예를 들어 혼인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이 있거나 한다면, 이 부동산 보유로 발생하는 소득세도 졸지에 함께 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비소유자인 배우자에게 부동산에 대한 아무런 권리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3. 부친의 자녀 양육권

미혼 상태의 커플이 아이를 출생한 경우, 아이의 모친은 자동적으로 양육권을 인정받지만 아이의 생물학적 부친은 자동적으로 양육권이 부여되지 않는다. 부친이 아이의 양육권을 갖기 위해서는 모친이 "이 남자가 내 아이의 생물학적 아빠다!"라고 선언해주어야 비로소 아이 양육에 관한 권리가 부여된다. 혼인 상태의 커플이라면, 이 절차는 생략되어 부친 역시 자동적으로 양육권을 부여받는다. 따라서 자녀 계획이 있는 커플의 남자쪽이라면 역시 귀찮긴 해도 결혼해두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 양육권이 부여되면 만약 커플이 헤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때,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에게 아닌 사람이 양육비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4. 이혼 절차에 최소 1년 별거 필수      

살다보면 별 일이 다 생길수 있으므로 이혼의 시나리오도 살펴보면, 독일은 이혼절차에 반드시 1년의 별거 기간이 수반된다고 한다. 즉, 이혼이 성립되는데 모르긴 몰라도 최소 1년 반 이상은 소요되는 거다. 오죽하면 공문서 작성할 때도 혼인상태 항목에 "별거중"이 있을 정도다 ㅎㄷㄷ 일반적 독일 공무원들의 일처리 속도로 미루어 생각하면 이혼 한번 하는데 몇 년이 소요될 것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독일에서는 결혼도 신중하게, 이혼도 신중하게 해야 할 일이다.

 

5. 비 EU 출신 배우자의 독일 영주권/시민권 취득

이건 며기가 독일 시민권 취득에 대해 알아볼 때 옆눈으로 본 사항인데, 독일인과 결혼한 비 EU국가 출신 배우자에게는 독일 체류 기간 총 3년 이상, 그 중 2년 이상 결혼 생활을 문제없이 유지하고 있다면 영주권인지 독일 시민권인지를 신청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 같다. 며기의 경험으로 볼 때, EU 시민은 이 기간 제한을 엄격하게 받지 않고 바로 시민권 신청이 가능한 것 같지만 아마 비 EU국가 출신 배우자라면 좀 더 엄격하게 기간에 대한 잣대를 적용하지 싶다. 물론 이것도 지역에 따라, 담당 공무원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뭔가 많을 수도 있지만 일단 며기가 아는 수준은 여기까지. 참고로 혼인 신고 유무와 상관없이 물곡이는 여전히 귀여우며 애교가 철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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