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갈며기 스파이/독일

독일로 오는 비 EU 국가 시민들

독일은 명실상부 EU에서 일단 젤 잘나가는 국가다. 영국에서는 1%에 근접한 경제 성장률만 보여줘도 신난다고 하는 분위기인데 독일은 가뿐히 2%대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은 일찌감치 대처 아줌마가 제조업 싹 밀어버려서 서비스업 (금융/교육/관광) 의존도가 높은데에 비해, 독일은 잘 알다시피 제조업 비율이 상당히 높다. 덕분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의 극악한 언어 장벽에도 불구하고 2010년대 초반에는 타 EU 국가의 청년들이 독일로 일자리 구하러 많이 와서 유례없이 독어 학원들이 호황이라는 뉴스도 있었다. 뭐, 어짜피 유럽 언어는 어원이 비슷비슷하니 아시아권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에 비해서는 영어나 불어,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이 독어도 빨리 배우겠지.

 

비 EU국가, 특히 한국어나 일본어가 모국어인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솔직히 "외국"하면 독일이 먼저 떠오를 리는 없다. 다들 제1 외국어로 가르치는 것은 영어고, 미국/영국 학위를 알아주지 상대적으로 독일 학위는 인지도가 약간 낮은 것이 사실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알던 한국 정부 기관 런던 지사의 관계자의 비공식적 발언에 의하면, 독일의 한인 사회가 유럽에서 제일 컸던가 아니면 영국만큼 컸던가 그렇단다. 파독 광부/간호사의 수가 많더라고 하더라도 상당히 의외였다. 이 정도의 한인 사회 규모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한국인들이 유입 되어야만 한다. 논의를 간단히 하기 위해, 유학생들로만 한정해 보자. 당장 며기가 유학을 결심할 때만 해도 독일은 아예 선택지에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 (학부 교수님 중 1분이 독일 대학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긴 했지만). 애초에 독일 유학을 결심하고 독어를 공부했던 상황이 아니라면 단순히 생활 수준의 언어가 아니라 아카데믹 수준의 언어를 1~2년만에 배운다는 것은 언어에 어지간한 재능이 있지 않고서야, 통상적인 사람들에게는 어렵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유학생들이 독일로 오고, 오고 싶어한다.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신자본주의에 찌든 국가들은 자국민과 외국인 학생의 등록금 차별이 엄청 심하다. 어지간한 집 기둥뿌리 뽑을 각오 없이는 미국/영국 유학은 쉽지 않게 되었다. 특히 최근 트럼프 아저씨라던가 brexit의 원흉인 우파 득세로 미국과 영국의 외국인 정책은 유학생들에게 그닥 호의적이지 않다. 그에 반해 독일은 무슨 박애주의자인 것 마냥 학생 국적 상관없이 실력이 된다면 거의 무료나 다름없는 등록금만 내도 교육을 받게 해 준다! (그러니 세금 죠낸 높지-_-) 머리가 좋고 실력이 된다면 출생 배경과 상관없이 누구든지 고등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얼핏 보기엔 독일 납세자들이 손해보는 것 같지만 아마 이것이 독일이라는 나라의 성장 동력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유학생들은 대학 등록금이라는 금전적 메리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치면 (물론 금전적 이유만이 전부가 아닌 경우도 있다. 독일에도 훌륭한 대학 많다. 그냥 논의를 단순히 하기 위해 하는 말이다) 취업 목적의 비EU 국가 출신 이민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은 뭘까.

 

일단 유럽에서 잘 아는 나라가 영국이니 영국과 비교하자면, 독일은 비 EU 국가 출신자들이라도 실력과 경험이 부합한다면 굳이 취업 프로세스에서 제하지 않는 것 같다. 최종 합격자가 비 EU 국가 출신자가 되면 "하면 되는거지 뭐" 이런 느낌으로 비자 신청 서류 서포트를 해주는 느낌이다. 영국은 참고로 말하면, 영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권리가 없는 사람들이라면 애초에 서류심사에서부터 거른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독일도 IT인력의 수요가 큰데, 이런 독일 회사들의 성향 때문인건지 독일로 취업되어 넘어오는 한국출신 IT인력이 꽤 많다고 들었다. 게다가 어디서 "독일 교육제도 좋음"이라는 소문이 난 건지 며긴 들어보지도 못한 독일 xxx식 교육법 이런게 나름 유명한 모양이다. 그 xxxx식 교육법의 본고장에서 자녀교육 시키고 싶은 부모들이라면 독일 매력은 더 올라가겠지.

 

독일도 영국과 비슷하게 고급 인력의 유입은 두팔 벌려 환영하고 있는데, 대우가 영국보다 더 파격적이다. 일단 블루카드인가, 비 EU 시민이 독일 기업에 연봉이 얼마 이상 (별로 안 높다, 약 36000유로쯤 되나? 상관없는 정보라 열심히 읽지는 않았지만 암튼 연봉 조건이 의외로 낮았던 기억이다) 으로 취업되면 신청할 수 있는데, 이 블루카드 소지자가 어학실력 (B1)을 증명하면 21개월인가 2년인가 꾸준히 세금 납부하면 영주권 신청이 가능해진다. 영국은 고급 인력이라도 이런 혜택 없이 걍 5년 세금 내야 영주권 신청 자격이 생긴다 (지금도 마찬가지인지는 확인요망). 단, 영국은 영주권은 까다롭게 주고 시민권은 설렁설렁 주는 느낌이라면, 독일은 영주권은 대충 주고 시민권을 까다롭게 주는 느낌이긴 하다.

 

다른 유입 경로 (워킹 홀리데이, 주재원... etc)는 차치하고라도, 유학생과 취업자에 대한 단편적인 사실만 보아도 독일은 상대적으로 비EU 시민들에게 조금 더 열려있는 느낌이다. 덕분에 영국에 나와 있는 유학생들과 독일에 나와있는 유학생들의 성향도 참 다른 것 같다. 뭐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다르니 거기에서 발생하는 차이점이다. 물론 제일 좋은 것은 어느 나라를 가던, 돈 잔뜩 짊어지고 가면 고생 덜 하고 좋다. 그런데 그렇게 돈 많은 사람이라면 굳이 해외 안 나가고 자국에서 편히 살거다 라는 것이 함정이긴 하지만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