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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며기 스파이/독일

독일식 창조경제 (?) - 연말 정산

저 "창조경제"라는 단어는 멍청한 前대통령 (통칭 503)이 후보자일때부터 맘대로 갖다가 요상하게 써버리는 바람에 본래 의미가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불행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며기가 여기서 창조경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할 생각은 없고, 503에 일말의 연민따위도 갖고 있지 않으므로 "창조경제"의 본래 뜻이 뭐였든 간에 503이 망쳐놓은 정의를 그대로 써서 "얼토당토 않은 귀찮은 절차를 집어넣어 필요하지도 않은 삽질 일자리를 억지로 창출시키거나 되도 않는 장난질로 경제 지표를 인위적으로 곡해하여 경제가 발전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짓"으로 정의하도록 하겠다. 경제학자나 관련자들에게는 이 정의가 매우 편향되고 부정적일 수 있겠다만, 어짜피 며기는 비 전문가에 이건 개인적인 블로그이므로 경제학에 대한 심도있는 정의와 논의에 대해서는 홀라당 넘어가버리는 전략을 택하겠다.

 

이렇게 "창조경제"를 정의하고 나니, 의외로 이 뻘짓을 독일에서 매우 잘하고 있는게 눈에 보이는거다. "효율성과 정확성의 독일인줄 알았지? 근데 아님 ㅇㅇ" 이런 뒤통수나 치는 독일늠들이었던 거다. 

 

한국도 그런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일단 독일 월급 생활자들의 명세서를 보면,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은 이미 세금 원천징수가 이루어지고 남은 돈이다. 소득세+의료보험+사회보장세 (해석 맞나? 실업하거나 했을 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연금의 4가지 명목으로 뗘간다. 여기에 종교세가 붙는 경우도 있다. 결혼을 했거나 아이가 있거나 부업이 있거나 하는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세금 클라스가 결정된다. 미혼 무자녀의 경우는 klass 1으로 소위 세금 젤 많이 내야하는 사람들이다. 며기가 2007년 영국에서 첫 월급 명세서를 받고 맘 팍 상해서 (쥐꼬리 만큼 버는데 세금 넘 많이 내야되어서) 그 뒤로는 명세서 보지도 않았는데, 2015년 독일에서 첫 월급 명세서를 받고서는 절망해서 물곡한테 결혼하자고 청혼했을 정도다 (세금 클라스 바꾸려고). 참고로 그 땐 독일 1달차여서 세금에 대해 잘 모르고 무턱대고 청혼하긴 했는데, 결혼을 해도 각각 수입 상황이 어떤가에 따라 메리트가 있을수도, 없을수도 있기 때문에 결혼이 무작정 해결책은 아니었다. 아, 물곡은 "부리에서 월급 명세서나 내려놓고 말하시지"라고 쿨하게 거절했다 ㅋㅋㅋㅋㅋ

 

본론으로 돌아가, klass 1이고 어지간히 벌면 거의 월급의 반토막 (약 40~45%쯤 되는 것 같다)을 원천징수로 가져가 버린다. 즉, 일 왜 하는지에 대해 철학적 고찰을 할 수 있게 해준다-_-. 영국에서는 월급 원천징수 당하는 것으로 끝이었다. 매년 tax return (연말 정산)이 있긴 했지만 미혼 무자녀의 월급 생활자들에게는 의무가 아니었다. 그래서 며긴 영국에서는 단 한번도 연말 정산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독일은 월급 원천징수를 당한다고 하더라도 연말 정산을 해야하게 만든다.

 

독일 정부는 일단 월급생활자들에게 "품위유지비"랍시고 1년에 1000유로를 "돌려"준다. 그러니 이것저것 계산해서 약 1000유로 내외의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연말 정산을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월급 이외의 다른 소득원천이 있을 경우는 +/- 계산해서 세금을 오히려 더 내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연말 정산은 한국처럼 쉽지가 않다 (한국 연말 정산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울 엄마님 [올해 환갑]이 쉽다고 하시니 엄청 쉬운게 틀림없다). 일단 언어 장벽부터 시작해서 독일어가 네이티브라고 해도 하도 카테고리가 많고 체크해야 할 것들이 복잡하니, 이건 독일인들에게도 절대 쉽지 않다.

 

그래서 독일식 창조경제 1. 세무사 일자리 창출이다. 솔직히 이 세금정산 방법 한 번만 제대로 깨우치면 그 뒤로는 비슷한 내용 반복일테니 돈벌기  쉬울듯 하다. 기업 세무 신고의 경우는 뭐 복잡한 거 많겠지만 개인 월급쟁이 세무 신고는 간단하겠지. 그러면서 개인 세무신고 대행료를 쏠쏠하게 챙긴다. 연말 정산으로 돌려받는 돈을 세무사 비용으로 다 내줘야 할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참 억울하다. 그래서 혹자들은 직접 이 복잡한 연말 정산에 도전한다. 그러나 이미 말했듯 연말 정산이 복잡한 경우는 워낙 복잡해버려서, 이걸 "도와주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창조경제 2). 매년 새로 프로그램을 사야 하지만 가격대는 10~30유로 선이니 세무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싸다. 그래도 연말 정산 방법을 간단히 만들어 놨다면 필요 없을 프로그램 시장을 형성해놨으니 역시 독일식 창조경제다. 덕분에 프로그래머들이 먹고 살겠지-_- 참고로 이 프로그램 이용해도 연말 정산 시간 꽤 걸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복잡한 연말 정산을 심사하고 집행하는 공무원 인력이 엄청 많이 필요하다 (창조경제 3). 워낙 연말 정산 내역이 복잡하니 인력 한 두명 가지고는 택도 읎을테니 당연한 수순이다. 한국은 연말정산 국세청에서 다 한다면, 독일은 각 구역 (Bezirk) 별로 세무서 (Finanzamt)가 따로 있어서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의 세무서에 연말정산서를 제출해야 한다. 정확히 세무서에 고용된 공무원 인력이 몇이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며기가 사는 지역의 Finanzamt 건물 엄청 크다. 여기서 일하는 공무원수가 적지는 않을 것 같다. "세금 내 놨더니 이렇게 쓰냐!!!"라는 자괴감이 올 수 있다.          

 

물론 세금이라는 것이 국가 재정의 1차적 원천이므로 갖은 공을 들여놓은 것은 그렇다고 치지만 연말 정산 간단히 할 수 있는 방법 자체를 고안하지 않는게 더 이상한 독일늠들이다. 전 국민의 시간 낭비+과도한 인력/자원 낭비를 개선하면 제정신 아닌 것 같은 세율이라도 좀 덜 억울할텐데 이건 뭐.... 근데 국민성 자체가 변화를 별로 바라는 것 같지 않고 불편한거에 그냥 적응해서 사는 것 같으므로 며기도 희망을 갖다 버리고 있긴 하다.... 아,,, 2018년 연말정산이 다가오고 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