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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며기 스파이/독일

독일 출산 장려 정책

사실 크리스마스, 연말, 연초에는 휴가가서 노느라, 휴가 다녀온 후에는 매우 심한 몸살 감기에 걸려버리는 바람에 블로그는 버려두고 있긴 했다. 게다가 12월~1월 사이의 Brexit관련 영국 정치판은 말 그대로 개판이 되어가고 있는지라, 지금 뭘 더 어떻게 붙일 사족이 없긴 하다. 그냥 강건너 불구경 모드랄까.... 


느닷없이 독일 출산 장려 정책에 대한 글을 쓰려는 계기는, 2019년이 아직 3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여기저기서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때문이다. 같은 회사의 친한 동료가 7월 출산 예정이라고 하고, 물곡 친구 커플도 9월이 출산 예정일이란다. 참고로 이 커플들, 이미 아이가 각각 한명, 두 명씩 있다. 그러니 올해의 출산으로 이들 가정의 자녀수는 각각 2명, 3명이 될 것이다. 작년인가 제작년 통계에 의하면 독일 출산률이 드디어 반등하여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했는데 그 때는 대거유입된 난민의 자녀들이 출산률 캐리에 기여를 했다고 보는 해석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 개인적으로만 보아도 독일 가정의 자녀수가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독일의 출산률 장려 정책이 빛을 보는건가 싶기도 하다. 물론 아직도 아이따윈 관심없이 하고 싶은거 다 하면서 살고자 하는 커플도 주변에 많긴 하지만 일단 낳기 시작하는 커플은 최소 2명은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요즘엔 한국도 출산 관련 지원이 많아지고 있다고 들었지만 독일의 상황을 보면, 포인트는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출산과 육아로 인한 커리어 단절을 얼마나 보상해주고 복귀하는데 지원을 해주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 같다. 출산과 육아로 커리어 단절을 겪는 사람들이 대다수의 경우 부모 중 엄마쪽이라고 가정하고 그 쪽으로 포커스를 맞춰 정리하자면: 


1. probation 기간 중 임산부 해고 불가

독일은 한 번 고용되면 어지간해서는 회사가 해고하기 힘들다. 따라서 회사 나름의 안전장치로 "probation"기간을 두는데 이 기간이 어지간한 곳은 거의 6개월 쯤 된다. 대부분의 경우, 이 6개월 기간 이내에는 상호 1개월 해고/퇴사 노티스를 줄 수 있다 (probation기간이 지나면 퇴사 노티스는 평균 3~6개월로 늘어남). 그런데 만약 이 probation 기간 중 임신 사실이 확인되면 (즉, 피고용인이 고용인에게 임신 사실을 밝히면) 회사는 probation 기간 중이라도 이 피고용인을 해고할 수 없다. 임산부의 생활적 안정을 최대한 법으로 보장해주는 제도이다. 


2. 출산/육아 휴직시 실수령액의 60%, 또는 월 1800유로 생활비 지급

출산/육아로 휴직하는 경우, 실수령액의 60%, 또는 월 약 1800유로의 상한선 중 더 적은 금액만큼의 생활비를 국가가 14개월동안 지급한다. 즉, 평소의 실수령액이 월 2000유로라면 그 60%에 해당하는 1200유로를 휴직기간 동안 국가에서 지급받을 수 있다. 고소득자라서 실수령액의 60%가 월 1800유로를 넘어버린다면, 최고 상한선인 월 1800유로가 지급된다. 이 생활비는 부부의 휴직기간을 합쳐 14개월동안 지급된다. 즉, 남편이 8개월, 부인이 그 후에 6개월을 휴직하면서 순차적으로 지급받을 수도 있고, 부부가 동시에 7개월을 휴직하면서 부부합산 14개월을 사용할 수도 있다. 


3. 출산/육아 휴직시 회사는 피고용인 해고 불가

출산/육아 휴직시 회사는 피고용인을 해고할 수 없다. 이러한 조치는 CV에 커리어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어 차후에 다른 회사에 지원하더라도 CV상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 소위 "경력 단절녀"의 발생을 원천봉쇄한다. 출산/육아 휴직 이후 원래의 직장으로 복귀하는 것은 100% 보장되어 있다 (그 사이에 회사가 없어지지 않는 한). 


4.  자녀가 아플 경우 sick leave를 사용할 수 있음

며기에게는 아직 해당사항이 없어 잘은 모르지만, 법적으로 연간 5일인가 6일은 자녀가 아플 경우, 결근 사유로 인정된다고 들었다. 근무하다가도 아이가 아프다고 전화오면 열 일 제치고 가도 눈치주기는 커녕, 다들 얼른 가서 돌보라는 분위기이다. 


5. 월 200유로 정도의 육아 지원금 지급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월 약 200유로 정도의 육아 지원금이 지급된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모으면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적잖은 종잣돈을 쥐어주기에 충분한 액수라고 생각한다. 


이러니 출산률이 드디어 올라가는구나, 싶기도 하다. 물론 아이 없이 커리어에 올인하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자녀 양육자는 상대적으로 느린 승진 등등의 커리어적으로 약간 희생해야 하는 면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솔직히 대부분의 경우, 자녀 양육하면서 커리어에 올인하는 사람들 만큼의 아웃풋을 뽑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회사는 어디까지나 영리 집단이므로 이 부분은 "육아하는 사람들이 받는 불이익"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순전히 누가 열심히 회사일 했느냐의 관점으로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