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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며기 스파이/독일

취업시 헤드헌터에게 후려치기 당하지 않기

요즘 제약 업계에 무슨 난동이 난건지 아님 며기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맛집으로 소문이 난건지 모르겠지만 저번주부터 헤드헌터들이 아주 기승을 부리면서 연락을 해오고 있다. 며기가 잘나서 그런건 아니고, 딱 며기 정도되는 레벨의 인력이 현재 업계에서 인기가 많거나 수요가 높은 것 같다. 


그건 그런데 한 헤드헌터가 후려치기를 시전하는 기분이 든다. 사실 이 헤드헌터는 이번 컨택이 처음이 아니라 작년부터 종종 연락을 하던 헤드헌터이긴 한데, 본격적으로 이직자리를 추천하기 시작하면서 이 후려치기 시전의 강도가 강해지는 느낌이다. 지가 젤 잘났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며기가 "아, 이 사람은 후려치기를 시전하고 있군"이라고 느낄 정도면 이런 마인드 안 가지고 사는 사람들한테는 꽤 큰 충격이 될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지 잘난 맛에 사는 며기라고 이미 밝혔으니 당당히 얘기하자면, 며기의 스킬셋은 동급 레벨 중 S급이라고 자만심을 섞어 말할 수 있다. Interpersonal skill의 경우는 주관적이니 뭐라고 말하긴 힘드니 걍 중간은 간다고 치자. 회사 생활하면서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동료들이 며기랑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타입이니까. 그렇다고 며기가 자기 시간 희생해가며 온갖 잡무 다 하는 것은 아니고 싫거나 좀 아닌 요구는 당당히 안된다고 하는 편이다. 가방끈도 어디가서 뒤지지 않게 길고 기초독어까지 포함하면 4개국어를 한다. 


이런 며기를 후려치기하는 헤드헌터는 독일 포지션을 주로 소개하는 헤드헌터다. 제약업계 헤드헌팅 경력 2~3년 정도이며 이메일 서명을 보니 어디선가 박사도 했더라. 그러나 역시 업계의 일이라면 며기도 모르는 건 절대 아닌데 몇몇 포지션을 제안하면서 항상 하는 말이 "너는 독어를 못하니까 사실 니가 원하는 자리들이 많이 없어. 이 정도 자리만 되어도 훌륭한거야"라고 몇번이고 강조한다. 물론 며기는 저런 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가만 보니, 저런식으로 밑밥을 깔고 연봉을 최소 하한선으로 잡아 지원해보자고 한다. 예를 들어 뮌헨 쪽의 포지션을 제안하면서 고작 8만 유로 제시해보자는 식이다. 참고로 말하면 뮌헨에서 대충 80m2쯤 하는 아파트 월세가 대충 2000유로쯤 하니까 8만 유로 받아도 세금떼고 차떼고 포떼면 남는거 없다. 


사실 헤드헌터들의 수익 구조는 취업 희망자들로부터는 전혀 수고비를 받지 않지만, 구인을 의뢰한 회사에 자기가 추천한 인재가 취업이 되면 그 인재의 계약 연봉의 10~15%쯤에 해당하는 수고비를 회사로부터 받는다. 즉, 헤드헌터 입장에서는 자기가 추천한 인재가 많은 연봉에 계약을 하면 할수록 자기가 받게 되는 커미션 액수가 높아지는 구조이다. 그런데 문제는 회사 측에서는 "시장 가격"보다 높은 연봉으로 인재를 들이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 구직자가 회사가 제시하는 연봉보다 높은 희망 연봉을 제시한다면 헤드헌터 측에서는 커미션을 조금 덜 챙기는 한이 있더라도 구직자를 설득해서 인터뷰에 내보내는 게 이득이다 (아니면 시간 낭비만 하고 받는 보상은 0이니까). 


그래서 이런 상황이 생긴다. 며기가 갖고 있는 스킬셋이 이 헤드헌터의 고객사에서 찾는 인재상과 딱 들어 맞는다. 그런데 헤드헌터의 고객사는 며기 희망 연봉보다 적은 연봉을 받고 일할 사람을 구하고 있다. 헤드헌터는 며기를 이 고객사 인터뷰에 내보내면 며기가 매우 높은 확률로 계약서에 사인하는 단계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며기는 이 회사에서 제시하는 연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헤드헌터는 며기의 "약점"인 비즈니스 레벨 독어 실력 미비를 빌미로 연봉 후려치기를 시전하며 자기가 제안하는 자리에 이력서를 내볼 것을 권하는 것이다. 헤드헌터 입장에서는 커미션 좀 덜 챙기는게 아예 아무것도 안 떨어지는 것보다 나으니까. 


사실 이 헤드헌터가 속한 헤드헌팅 에이젼시가 이딴 식으로 직원교육을 시키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헤드헌터 선임자(?)도 다른 방면의 후려치기를 시전했었으니까. 그리고 다른 에이젼시 소속의 헤드헌터들은 딱히 저런 특성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쨋든 하고 싶은 말은, 헤드헌터를 통한 취업시, 헤드헌터를 "적당히"만 믿도록 하자는거다. 최종 연봉 협상은 헤드헌터와 하는게 아니라, 취업할 회사와 한다. 인터뷰때 좋은 인상 남겼다 싶으면 당당히 부르고 싶은 만큼 부르고 어떻게 나오는지 봐도 된다. 헤드헌터가 아무리 후려치기를 시전하여 있지도 않은 약점을 만들어 평가절하를 해도, 회사가 나를 인터뷰에 불렀다는 사실 자체가 헤드헌터가 틀렸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증거이다. 


며기 경험상, 많은 회사들이 최종 합격 결정까지 2~3회의 인터뷰를 거치고, 희망 연봉은 대부분의 경우 제일 첫 인터뷰 (HR과 하는 인터뷰)에서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것도 사실 인터뷰를 거듭하고 입사 계약서를 받고 나서도 연봉 협상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당당히 헤드헌터 말은 귓등으로 듣고 당당히 받을 거 다 받고 요구할거 다 받으면서 취업하도록 하자. 헤드헌터들 이력 보면, 업계 경험 전혀 없는 사람들 많다. 그런 사람들이 독어 실력이 며기 업무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무슨 수로 판단한다는 것인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