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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며기 스파이/독일

독일 의료보험 체계

이 블로그가 한글로 작성되고 있으므로 일단 독자가 한국 의료보험 체계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시작한다. 독일 의료보험 체계는 크게 공보험과 사보험 2가지로 나뉜다. 사보험은 단기 거주자들 (5년 미만으로 알고 있다)이 비자 발급용으로 가입하는 종류와 (그래도 기본적인 보장은 된다고 알고 있다), 연간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가입할 수 있는 종류로 나뉜다. 


[단기 거주자들을 위한 사보험]

먼저 단기 거주자들이 가입하는 독일의 사보험은 최대 5년 가입이 가능하다고 얼핏 본 것 같다. 주로 어학원생이나 워킹 홀리데이로 오는 사람들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한달 보험 납부료는 공보험에 비해 저렴한 편인 것 같다 (2018년 기준으로 한 80유로 정도?). 역시 싼게 빈대떡이라는 속담처럼 매우 기본적인 내용만 커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존부터 앓던 병의 치료는 보장이 안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이건 보험사마다 다를 수 있겠고, 임신을 할 경우, 역시 보험 종류에 따라 보장이 아예 안되는 것 부터 가입후 3개월부터 보장되거나 일부 보장이거나 하는 조건이 붙기도 한다. 병원에 갈 경우 병원비를 사비로 먼저 내고 나중에 보험사에서 돈을 되돌려 받는 방식인 것 같다.


이 단기 거주자용 사보험의 큰 장점(?)이라면 역시 싼 보험료가 아닐까 싶다. 대체적으로 매우 건강한 젊은 사람들이라면 병원 갈 일이 별로 없을테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문제는 지병이라도 있거나 허약한 사람들이라면 보험 종류나 조건에 따라 오히려 의료비가 더 많이 깨질 수도 있다. 


[공보험]

영국의 경우는 모든 국민이 선택의 여지없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National Healthcare System (NHS)에 가입되는 시스템이므로 머리 아프게 이것저것 알아볼 필요가 없다 (그치만 분명히 말해둘 것은, NHS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반면 독일은 여러개의 공보험 회사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가입하는 시스템이다. 크게 보면 보장 사항은 회사별로 별다를 것이 없지만 세세한 디테일이 다를 수 있다. 이 공보험은 대다수의 독일인, 또는 독일로 취업되어 오는 대다수의 외국인이 가입한다. 독일에서 맨 처음 사보험으로 시작한 경우라면, 신변에 큰 변화가 생기면 (학생 -> 취직, 결혼 후 배우자의 공보험에 편입 등) 공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확실한 것은 공보험에서 한번 사보험으로 나가면 다시 공보험으로 절대 돌아올 수 없다. 물론 예외조항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절대 그럴수 없다"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공보험으로 되돌아 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들었다. 


1. 보험료: 수입의 몇%를 내는 방식이고, 최저 보험료는 180유로라고 들었다. 실직 상태라도 내야 하며 (단, 실직이라고 노동청에 신고하면 노동청이 대신 내준다) 끊기지 않고 내야 의료보험 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다. 180유로가 적다면 적은 돈이겠지만 매달 수입이 불규칙한 프리랜서나 저소득자에게는 꽤 큰 액수일 수도 있겠다. 


2. 혜택: 일단 어지간한 보장은 다 해준다. 기존의 지병치료는 물론 정신과 상담, 물리치료, 심지어 암에 걸려도 땡전 한 푼 들어가지 않는다는게 큰 장점. 불임치료도 3회까지는 시술비의 반을 지원해준다고 한다. 병원에서 돈 수납할 일 없이 보험카드만 보여주면 된다. 단, 병원 입장에서는 공보험 환자 하나 봐도 수가가 많이 나오지 않는데다 환자 수도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보험 환자들을 더 환영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공보험 환자로서는 의사 한 번 보려면 좀 오래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생명에 당장 지장없는 질환은 지역/병원 사정에 따라 기본으로 2~3주는 기다려야 의사님 영접이 가능.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잘하는 의사라면 더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고, 미관을 위한 시술 (쌍꺼풀 수술 같은)은 공보험 보장 내역이 아니다. 


3. add-on: 공보험의 의료 서비스 경험을 조금이라도 낫게 하기 위해 공보험 회사별로 별도의 추가 옵션을 마련하여 희망자들은 보험료를 좀 더 내는 대신 좀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입원시 2인실 또는 1인실이 커버되는 혜택이라던가 (기본 공보험은 다인실을 보장해 주지만 그 이상의 서비스는 사비로 받아야 한다), 병원에서 부장급 이상의 의사한테 진료받는 혜택 등이 있다. 


[사보험]

독일에서 일정 연소득 이상 (2018년 기준으로 약 55000유로 이상 쯤)이면 공보험은 "자발적 보험 가입자"라고 한다. 즉, 일정 소득 이상은 공보험에서 나가서 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공보험 나쁘지 않아보이는데 왜 사보험을 가입하는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단 사보험이 얼핏 보기에는 더 경제적인 것처럼 보인다. 초기 가입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사보험이 미끼성으로 첫 몇 년은 공보험보다 현저히 싼 보험료를 제시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한번 사보험에 들면 공보험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이후 사보험 회사가 보험료를 확 올려버려도 가입자로서는 별 수 없다. 의료보험 없이 살 수 는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내는 수밖에... 결론적으로 사보험료는 공보험료보다 더 비싸진다고 생각하는게 맞다. 


비싼 사보험이긴 하지만, 병원에서는 VIP이므로 공보험 환자들보다 훨씬 대기시간도 짧고 급 높은 의사들이 봐준다는게 큰 장점. 그래도 역시 안 아픈게 젤 좋다.


결론적으로 고소득자라도 독일에서는 공보험을 유지하면서 추가적인 옵션 보험을 가입하는게 제일 좋은 방법 같다. 며기도 그러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