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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며기 스파이/영국

영국 국적

일단 한국은 다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다국적이 허용되므로 거의 대다수는 다국적이 안된다고 보면 된다). 한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국적 상실 신고를 하던 안하던, 후천적으로 자발적 이유에 의해 타국의 국적을 취득한다면, 타국적 취득과 동시에 한국 국적은 상실된다. 한국 국적법을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다면, 국적 상실 신고는 단순히 한국의 호적을 정리하기 위한 절차에 불과하며 타국적 취득 후에는 한국 여권 사용은 불법이 된다. (2018년 12월 1일 수정: 결혼으로 인한 타국 시민권 취득시에는 한국에서 타국적 불이행을 선서하면 한국 국적 유지가 가능하다고 국적법이 개정되었다고 하는데 무슨 부가 조건이 붙는지는 잘 모르겠다)

 

반면 영국은 국적을 몇 개 들고 있든 상관이 없다. 따라서 영국 국적을 취득하였을 때, 영국 정부는 딱히 귀화자의 타국적 소지 유무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이 포스팅은 "따기 힘들다는" 영국 국적을 딴 경로를 기록하는 목적이다. 다만 혹시라도 이 글을 참고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최신 영국 이민법 조항을 꼭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최근 brexit니 뭐니 해서 요즘 맨날 바뀌는게 이민법이니...

 

며기의 영국생활은 어릴 때 살았던 것 빼면 2006년부터 시작한다. 현재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 영국은 5년간 공백기간 없이 꾸준히 세금을 내거나, 10년간 공백기간 없이 꾸준히 영국에 거주하였던 증거를 제시하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주었다. 영주권 취득 후 1년 이상 영국에 거주하고 별 문제가 없다면 시민권 신청이 가능하다. 즉, 영국 시민권 취득은 영주권 취득부터 시작한다.

 

2006년 입국 당시에는 학생비자를 받아 입국하였다. 2007년 10월부터는 워킹 비자로 바꾸었다 (학교에 RA로 고용이 되었으므로). 2008년인가 2009년 쯤에 비자 시스템이 확 바뀌어서 워킹비자는 "Tier 2" 비자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래서 워킹 비자가 끝날 무렵에는 Tier 2 비자를 신청하였다 (고용기간이 워킹 비자 기간보다 길었으므로 연장해야 했음). 박사가 끝나고 학교에 포닥 자리를 찾아 또 Tier 2 비자를 받았더니 "공백기간 없이 세금 5년 납부" 조건을 완료했다. Tier 2 비자 기간이 남았지만 당시 집권중이던 보수당이 딱히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호의적인 이민법을 펼치지 않았으므로 재빨리 영주권을 신청했다.

 

Tier 2 비자에서 영주권 신청이라면 굳이 이민법 변호사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5년간 차곡차곡 모아둔 payslip이랑 계약서들이 거의 가장 중요한 자료였던 것 같다. 영주권 신청시, 지난 5년간 영국 밖에 머물렀던 기간이 얼마 이상 되면 영주권 심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어지간한 영국의 연간 휴일 일수가 1년에 20~25일이므로 영국외 국가로 파견근무가 아닌 이상 영국밖 체제일수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아마 1년에 90일인가가 최대 한도였던 듯 한데 자세한 정보는 역시 최신 이민법을 참조하는 것을 추천함.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연간 최대 일수를 넘기거나 5년간 최대 일수를 넘기면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을 추천.

 

그것 이외에도 물론 영어 성적 (영국 대학교 졸업장으로 대체 가능), life in UK test 합격증이 필요하다. 내가 life in UK test를 준비할 때는 영국이 아직 EU에 있을 때라 EU의 구조라던가 하는 내용도 있었는데 그 부분이 제일 유용했던 것 같다. 그리고 "professional" 2명의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 대충 영국 국적의 의사, 교수, 회사에서 manager 이상의 직함을 가진 사람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영주권 신청할 때가 되면 이런 인맥도 잘 챙겨야 한다 ㅎㅎㅎ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영주권 취득에는 스텐다드 서비스와 프리미엄 서비스가 있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돈 더 주면 직접 이민 심사관과 면담해서 당일날 결정나는 서비스가 있다. 딱히 돈에 여유가 넘쳐나는 사람이 아니라도, 어지간하면 프리미엄 서비스를 추천한다. 스텐다드의 경우 우편으로 진행되는데, royal mail이 워낙 우편 분실률이 높고 심사 기간도 긴데다 그 동안 여권 원본이 묶여 있게 되므로 어디 나가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비싸긴 하다, 프리미엄.... 그 당시 거의 천 파운드 넘게 냈던가 그랬던 것 같다;; 게다가 이민국 사무실 대기실은 절대 행복한 공간이 아니다...;;

 

아무튼 이민권 직원한데 "서류 정리 진짜 깔끔하게 했어!"라고 칭찬까지 듣고 무사히 영주권 취득 완료. 영주권 취득 승인 1주일 이내에 영주권 바이오메트릭 카드가 우편으로 온다. 이제 영국늠들이 비자법에 무슨 짓을 하든 쫓겨날 확률은 0에 가까워지는 순간이다.

 

일단 영주권이 생기면 영국 내 그 어떤 취업/비즈니스 활동에 제약이 풀린다. 그 전까지는 취업원서를 낼 때에도 "비자 지원 필요함"이라고 하면 연락도 안 왔는데 이제 그런 제약이 풀리니 굳이 학교에서 저임금 받으면서 일할 필요가 없어짐. 물론 연구직이 천직이라면야 돈이 문제가 아니겠지만... 참고로 유럽에서는 "EU영주권"이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던데 영국에서 주는 영주권은 해당사항이 없다 (brexit로 EU에서도 튀어 나가는 판에.....). EU에서 자유롭게 살고, 일하기 위해서는 영국 시민권이 필요했다.

 

영국 시민권은 우편으로 신청해도 충분히 괜찮다. 각 Council에서 문서 원본과 복사본을 대조하여 인증한 다음, 시민권 심사를 위해 복사본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Council 마다 서비스료가 다르겠지만 내가 갔었던 council office의 경우는 약 80 파운드 정도 들었던 것 같다. 사본 대조 해주면서 지원서 검토도 해주는데 영주권 신청시 준비해야 했던 것에 비하면 이건 왠지 설렁설렁 하는 느낌이다. 일단 영주권이라는 허들을 넘었으니 그런건가, 아무튼 별로 긴장감도 없고 오히려 영주권보다 쉽게 심사되는 느낌.

 

정확히 얼마나 심사 기간이 걸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3~6개월 정도였던 것 같다. 시민권이 승인되면 시민권 수여식에 초대되는데 가서 여왕이든 교회든 골라서 하나에 선서하고 영국 국가를 합창해야 한다. 거기서 시민권 증서를 받고 나면 이제 영국 여권을 신청하면 된다. 영국은 2011년인가에 ID카드제를 폐기한 것 같으니 공식 신분증은 여권 하나뿐이다. 은근히 불편하다 이 시스템...

 

영국 여권이 생기면 공항에서 당당히 EU/UK 창구로 다니면 된다. 한국갈 때는 외국인 줄에 서야 되지만 중국에서 온 비행기랑 도착시간만 안 겹치면 그럭저럭 할만 하다... 한국이 심사는 느리지는 않은 편이니.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6년 6월, 멍청한 영국늠들이 brexit하자고 투표해버리는 바람에 총 몇 천 유로는 들었을 며기의 피땀어린 영국 여권은 2019년 3월을 기해 EU에서 그닥 쓸모가 없어지게 된다.....